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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여정 17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내가 살아가는 이유

FCN FM교육방송 심의보 교육·복지제작국 | 편집제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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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길 없는 빚-나의 아내

삶의여정 17 -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살아가는 이유(사랑하는 나의 가족들)


◎ 갚을 길 없는 빚(나의 아내)


소년은 교회에서 만난 한 학년 아래의 여자아이가 좋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수줍은 첫사랑이 찾아 온 것이다. 소녀는 뜀박질을 잘했다. 소녀가 뛸 때마다 고운 결의 긴 머리카락이 나풀거렸다.




소녀는 소년이 다니던 교회 목사님의 따님이었다. 세상에서 만났던 사람 중 가장 멋졌던 목사님, 하얀 와이셔츠와 바지 멜빵을 한 목사님 댁엔 네 명이나 되는 따님이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소년은 열심히 다니던 교회학교의 교사가 됐고 따님들과 자연스레 성가를 찬양하며 가까워졌다. 소년은 따님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이 꿈만 같았다.


소년과 소녀는 대학생이 됐다. 교대를 다니던 스물한 살 청년과 간호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 처녀는 종교 서클 IVF에서 마주쳤다. 네가 좋다 고백은 하지 않았지만 둘은 자연스레 만나게 됐다. 그러나 만남은 늘 조심스러웠다. 엄격하신 목사님과 자매들에게 혹여 들킬까싶어 저만치 떨어져 걸어야 했다. 찻집에 갈 때도 주위를 살피며 따로 들어가고 한사람이 먼저 나와야 했다.


같이 있어도 그리운 그녀였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담담히 만나는 동안 5년의 시간이 지났다. 어느 날, 청년은 기별이 없이 그녀가 근무하는 수원의 성빈센트병원에 찾아갔다. 기숙사의 문을 노크하니 룸메이트가 외출을 했다고 했다. 청년은 기숙사 정원의 벤치에 앉아 그녀가 오기를 기다렸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시인 황지우의 마음이 그녀를 기다리던 내 마음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저만치서 걸어오는 그녀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녀 옆에 군복을 입은 입은 남자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서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는 그녀를 뒤로하고 나는 수원역으로 향했다. ‘이제 마지막이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가 안양여중고에 근무하게 되었을 때 경찰병원 간호사로 근무하는 그녀를 다시 만났다. 우리는 드디어 완전한 연인이 되었다. 그러나 부모님께 둘의 사랑을 고백할 용기가 없었다. 연세대학교 석사과정을 이수할 무렵이었나 보다. 일신여고 교목이시던 최승 목사님께서 내게 중매를 서시겠다고 했다. 상대를 물으니 ‘만나보면 알게 된다.’고 했다. 답답한 연인들을 도와주시려 목사님이 나선 것이다.


그렇게 사귀는 사람과 각본에 짜인 선을 보고 이듬해 꽃피는 4월 결혼을 했다. 예식 중간에 윤귀학 목사님의 기도순서를 넣었지만, 목사이신 장인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돈집을 배려해 예식장 결혼을 허락하셨다. 대학원 은사이신 이규호 교수님이 주례를 서주셨다.


아내와 나는 결혼을 앞둔 딸과 고등학생인 아들을 두고 있다. 아빠와 엄마라는 귀한 이름을 얻게 해준 고마운 딸과,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아빠라는 말로 나를 감격케 하는 사랑스런 아들이다. 상냥한 딸과 나를 꼭 닮은 아들을 둔 우리 가정,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행복이 아내의 덕임을 안다. 아내에게 나는 갚을 길 없는 빚을 진 빚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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